2021년 3월, 벚꽃이 만발했던 화사한 봄날이었습니다. 유난히 눈에 띄는 간판에 끌려 들어선 곳은 아기 강아지들이 가득한 어느 애견 분양 센터였습니다. 사실 그날은 반려견을 꼭 데려오겠다는 거창한 계획이 있던 날은 아니었습니다. 그저 화사한 봄 기운에 마음이 설렜고, 평소 강아지를 워낙 좋아했던 터라 구경이나 해보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겼을 뿐이었습니다.
매장 홀에는 다양한 품종의 아기 강아지들이 투명 케이지 안에서 방문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제 눈길은 벽면 양쪽으로 케이지들이 층층이 쌓여 있던 별도의 안쪽 방으로 향했습니다. 무심코 그 방으로 들어선 순간, 제 시선은 한 아기 강아지 앞에서 완전히 멈춰 섰습니다.
생후 두 달 정도 된 아기 말티푸 한 마리가 케이지 구석에서 몸을 동그랗게 말은 채 떨고 있었습니다. 직원의 도움으로 아이를 품에 안았을 때의 그 온기를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작은 생명체의 따스한 체온이 손끝으로 전달되는 순간, 머릿속에는 오직 한 가지 생각만 스쳤습니다.
“아, 이 아이는 내가 꼭 책임지고 데려가야겠다.”
왜 그런 강렬한 직감이 들었는지는 지금도 말로 다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왠지 내가 아니면 누군가의 선택을 받지 못할 것만 같았고, 시간이 흘러 아이가 외면받게 될지도 모른다는 안타까움이 마음을 울렸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아이는 다른 말티푸들에 비해 덩치가 조금 큰 편이었고, 그래서 안쪽 방에 배치되어 있었습니다. 어쩌면 그 모든 우연과 제약이 우리 두 생명의 운명적인 인연을 만들어 준 것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참고로 제 눈을 사로잡았던 그 아이의 이름은 ‘리치’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아크릴 물감 색상인 ‘리치골드(Richgold)’에서 이름을 따왔습니다. 햇살을 받으면 황금빛으로 빛나는 은은한 털색을 보자마자 그 이름이 자연스럽게 떠올랐습니다.
하이브리드견 ‘말티푸’는 어떤 강아지일까?
리치를 만나기 전까지 저 역시 ‘말티푸’라는 견종에 대해 깊이 알지 못했습니다. 말티푸(Maltipoo)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 말티즈(Maltese)와 푸들(Poodle)을 교배해 탄생한 대표적인 하이브리드견(믹스견)입니다. 최근 국내외를 막론하고 독보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견종으로, 귀여운 인형 같은 외모와 영리한 지능 덕분에 반려견을 처음 접하는 초보 보호자에게도 인기가 높습니다.
기본적으로 하이브리드견은 서로 다른 순종견의 장점을 결합하여 유전적 질환을 줄이고 건강함을 도모하기 위해 개량되었습니다. 말티푸는 말티즈 특유의 애교 섞인 친화력과 푸들의 뛰어난 지능, 그리고 털 빠짐이 적다는 장점을 고루 갖추고 있습니다. 물론 부모견의 유전적 형질에 따라 외모나 성격의 비율은 개체마다 다를 수 있지만, 전반적으로 학습 능력이 뛰어나고 사람과의 교감을 매우 즐기는 편입니다.
실전 육아로 느낀 말티푸의 진짜 성격과 특징
5년 넘게 리치와 한집에서 살며 직접 느낀 말티푸의 가장 큰 특징은 ‘깊은 애정과 사람에 대한 집착에 가까운 사랑’입니다.
- 완벽한 ‘껌딱지’ 성향: 리치는 완벽한 제 껌딱지입니다. 집 안에서 제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뒤를 졸졸 따라다니고, 화장실에 들어가 잠시라도 보이지 않으면 문 앞에 앉아 찾아 헤매곤 합니다.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가족과 함께 체온을 나누는 시간을 무엇보다 가치 있게 여깁니다.
- 놀라운 학습 능력: 푸들의 피를 물려받아 지능이 매우 높습니다. 간식 하나만 손에 쥐고 있으면 ‘앉아’, ‘기다려’, ‘손’ 같은 기본 훈련은 순식간에 습득합니다. 저희 리치는 ‘빵야’ 하면 옆으로 스르륵 쓰러져 눕고, 제자리에서 팽이처럼 ‘돌아’ 하는 장기까지 거뜬히 해낼 정도로 스마트합니다.
- 털 관리와 미용의 필요성: 말티즈의 부드러운 털과 푸들의 곱슬거리는 털이 섞여 털 빠짐은 다른 견종에 비해 확실히 적은 편입니다. 하지만 털이 끊임없이 자라기 때문에 하루 한 번 빗질을 해주지 않으면 쉽게 엉킵니다. 2~3달에 한 번씩 정기적인 미용이 필수적인 이유입니다.
말티푸 보호자가 꼭 알아야 할 건강 가이드
사랑스러운 말티푸를 오랫동안 건강하게 케어하기 위해서는 소형견 및 부모 견종 특유의 유전 질환을 미리 파악하고 예방해야 합니다.
- 슬개골 탈구 방지: 말티즈와 푸들 모두 소형견으로서 슬개골 탈구 위험이 매우 높습니다. 높은 소파나 침대에는 반드시 애견 계단을 설치해 주고, 거실 바닥에는 미끄럼 방지 매트를 깔아주는 것이 필수입니다.
- 분리불안 관리: 사람을 너무 좋아하는 성향 탓에 혼자 남겨졌을 때 불안감을 크게 느낄 수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잠시 혼자 있는 연습을 시켜주고, 외출 전 노즈워크 토이를 제공해 불안감을 낮춰주는 환경 조성이 중요합니다.
- 안과 및 피부 질환 체크: 눈곱이 자주 끼는 편이라 눈 주변이 지저분해지거나 착색되지 않도록 매일 따뜻한 수건으로 부드럽게 닦아주는 관리가 필요합니다. 또한 귀가 아래로 덮여 있는 체형 특성상 통풍이 잘되지 않아 귀 염증이 생기기 쉬우므로, 정기적인 귀 세정과 안구 검진을 통해 깔끔하게 케어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글을 마치며
인터넷을 검색하면 말티푸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나 사육 방법은 수없이 쏟아집니다. 하지만 저에게 ‘말티푸’라는 세 글자는 세상의 그 어떤 학술적 정의보다 ‘나의 가장 친한 친구, 리치’라는 단어로 먼저 다가옵니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던 날, 제 품에서 작게 떨고 있던 아기 강아지가 어느새 5년이라는 시간을 함께하며 제 삶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기쁠 때 함께 기뻐해 주고, 슬플 때 한결같은 눈빛으로 제 곁을 지켜주는 리치가 없었다면 제 삶은 지금보다 훨씬 허전하고 심심했을 것입니다.
오늘도 제 발뒤꿈치를 바짝 붙어 따라다니는 사랑스러운 껌딱지를 꼭 안아주며 마음속으로 다짐해 봅니다. 앞으로도 리치가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오래도록 제 곁에 머물러 주기를, 그리고 이 따뜻한 온기를 매일같이 나눌 수 있기를 바라며 나지막이 인사를 건넵니다.
“리치야, 내 삶에 나타나줘서, 그리고 우리의 소중한 가족이 되어줘서 정말 고마워.”
